2만여 명에게 가짜 족보 44억 원 어치 판 일당

2만여 명에게 가짜 족보 44억 원 어치 판 일당

2017.11.13. 오전 09:2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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■ 이웅혁 /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. 김광삼 / 변호사

[앵커]
종친회를 사칭하면서 가짜 족보를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. 44억 원이나 챙겼다고 하는데 족보를 팔았다라는 것 자체가 조금 글쎄요, 사람들일 족보를 많이 사나 싶기도 한데요. 어떤 수법을 이용한 건가요?

[인터뷰]
결국에 먼저 명단을 확보해야 되니까 동창회 명단을 찾아서 무작위로 전화를 합니다. 여기에 훈련받은 텔레마케터가 예를 들면 아무나 하지 않고 그래도 조금 변호사들 중에서 연세가 있으신 분이라든가 또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사장님들이라든가 그래서 예를 들면 우리 족보를 새로 만드는, 잘 만든 뿌리를 알 수 있는 뿌리책이 나왔다 해서 약 20만 원 정도의 책을 파는 것이죠.

그러니까 전화를 받은 그 입장에서는 더군다나 나이도 있으신 분이기 때문에 무엇인가 이 돈 자체가 종중회의 발전기금으로 쓴다라고 하는 나름대로의 자부심도 있을 테고 일단은 전화를 받게 되면 거절하기도 상당 부분 애매하기 때문에 무려 약 2만 명 정도에게 텔레마케팅 전화를 한 것이고 그걸 수년에 걸쳐서 그 액수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입니다. 무려 44억 원을 편취를 한 상황이죠.

그래서 결국 두 명이 구속됐고 이와 같이 텔레마케터 활동을 한 20여 명도 불구속이 됐는데 어쨌든 족보와 비슷한 내용들을 알고 있는 출판사 직원들도 함께 동참했기 때문에 전화를 받은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심정적으로 조금 공헌하고 싶은 마음 이런 것 때문에 속았다고 생각합니다.

[앵커]
말씀하신 2만 명의 피해자, 그러니까 족보를 산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이 70, 80대라고 해요. 그런데 70, 80대들이 생각하기로는 종친회라고 하니까 종친회 발전기금으로 쓰이겠거니 하면서 선의에서 사준 거죠?

[인터뷰]
기부의 일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. 그런데 사실 저도 사기였는지 아닌지 확인은 안 해 봤는데 그냥 무심코 송금해 준 적이 꽤 있거든요.

[앵커]
족보 하나 사셨습니까?

[인터뷰]
하나만 산 게 아니고요. 아주 여러 번 샀죠. 그런데 어디 김씨 본가를 잘 알아요. 알면서 이번에 족보가 편찬이 됐는데 얼마를 달라. 그런데 대개 전화를 하는 분들이 여자분들이거든요. 그런데 저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혹시...

[앵커]
신분을 정확하게 알고 전화를 했단 말이죠?

[인터뷰]
네. 협조를 안 하게 되면 종친회에서 어떻게 나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가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송금을 해요. 그런데 족보가 오는 경우가 있고 안 오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가 와도 잘 모릅니다. 왜냐하면 옛날 것부터 해서 한자로 쭉 쓰여 있는데 그 몇대 손, 몇대 손 있는데 그걸 책 두께도 이 정도 돼서 그게 아무리 한자를 잘 안다고 하더라도 이걸 찾아보기가 굉장히 힘들어요.

그런데 또 하나의 경우는 동창회도 있어요. 동창회 명부라는 게 있죠. 그러면 동창회 명부 자체를 만든다고 해서 계속 전화 텔레마케팅을 하는데 안 주기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송금을 하는데 받아본 적도 별로 없고 그래서 저도 오늘 방송을 통해서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.

[앵커]
안 주기 뭐하다는 게 그러면 그렇게 전화가 왔을 때 그걸 안 사면 뭔가 불이익을 받을 거다 내지는 조금 면이 안 선다, 이런 것 때문에 사게 되나요?

[인터뷰]
그렇죠. 일단 본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고요. 만약에 송금을 안 하면 종친회 모여서 김광삼 변호사가 이런 종친회 뭣도 안 사주더라 그런 욕을 얻어먹을까 봐서 울며 겨자먹기로 하기는 하는데 저도 향후에 전화가 오면 많이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아요.

[앵커]
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은 가짜로 족보를 만든 건데 실제로 종친회에서 족보를 만드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?

[인터뷰]
실제로 만드는 건 한자로 다 작성이 되어 있죠.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는 한글로 돼 있는 것 같고요. 비슷한 내용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서 짜깁기 식으로 했는데 사실은 선조 할아버지가 누구고 이거 잘 모르죠. 그런데 어쨌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무엇인가 그와 같이 훌륭한 선조에 내가 조금이나마 공헌해야 되지, 이것까지 안 내게 되면 정말 불효막심한 후손이 아닌가 이런 압박감이 사실은 사기의 하나의 책략으로써 사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는데요.

결국은 정말 종친회, 종중회의 공식적인 위치, 또 사무실 이런 데를 먼저 확인해 보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이 되고 더군다나 정말 사진이 맞는 것인지 또는 친척에게 전화를 해봐서 확인해 보는 이와 같은 방법도 필요한데 그 용어 자체가 우리가 낯설기 때문에 말이죠. 예를 들면 대종보감, 종사보감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. 그런데 결국 이게 족보책이다 보니까 이런 전화가 오게 되면 여기에 응대하기보다는 특별히 만약에 종친회에 인간관계가 있지 않는 한 그냥 대화를 끊어버리는 것이 사기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예방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.

[앵커]
이 교수님 말씀 김 변호사님 잘 들으셨죠?

[인터뷰]
그런데 금액이 굉장히 큽니다. 그래서 종친회 족보 하면 금액이 20만 원 이상 가거든요. 그리고 사실은 어떤 경우는 이런 경우가 있어요. 족보를 미리 보냅니다. 왜냐하면 이미 출판이 됐기 때문에 만약에 사가지 않으면 그건 재고로 쌓이잖아요. 그러면 족보를 미리 보내서 돈을 안 보내면 그냥 말고 돈을 보내면. 물건을 보내놓고 계속 전화하는 그런 방법이 있죠.

[앵커]
압박이 되겠네요, 그러니까.

[인터뷰]
그래서 일단 물건, 만약에 정말 족보를 사고 싶다고 한다면 일단 먼저 보내라고 해서 그 부분을 꼼꼼히 살펴본 다음에 이게 정말 우리 족보가 맞다고 생각하면 그때 돈을 지급하고 그렇지 않으면 돈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.

왜냐하면 우리가 동양의 유교사상이 있지 않습니까? 그래서 종친, 선조에 대해서 굉장히 우리가 경외심을 갖고 잘 모셔야 한다는 그런 의식이 밑바탕에 있어요. 그러니까 저런 사기범죄는 그런 것을 이용하는 전형적으로 죄질이 불량한 사기라고 볼 수 있는 거죠.

[앵커]
말씀 들어보니까 김 변호사께서는 앞으로 속지는 않으실 것 같아요.

[인터뷰]
저도 이제까지는 속았다고 꼭 볼 수 없는 거죠.

[앵커]
알면서 주셨다는 거죠?

[인터뷰]
어쩔 수 없이.

[앵커]
사건사고 소식 짚어봤습니다.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또 김광삼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. 고맙습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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